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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건강한 LIFE

걷기 예찬

한국의료재단 공식블로그 2016. 7. 28. 15:02

지나친 스트레스와 건강관리 소홀로 성인병에 시달려 


돈을 잃으면 조금, 명예를 잃으면 크게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50대 중반까지 돈과 명예, 두 가지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을 가져보았고, 또 잃어 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주치의의 경고를 받은 후 10여 년 동안 전과 다름없이 과도한 음주와 흡연, 절제 없는 식생활을 지속했습니다. 당연히 건강상태는 점점 더 나빠져 5대 성인병이 모두 위험 수치의 임계점에 다다랐을 때인 2012년 1월 20일, 중독 수준의 술과 담배를 끊었습니다. 올 1월부터는 걷기 시작했습니다. 몸과 마음에 해가 떴고 난생 처음으로 몸의 소중함을 사무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걷는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저는 금연, 금주, 단식, 채식, 명상으로 이어온 짧지 않은 세월의 연장선에서 ‘걷기’를 권유 받았고, 즉각 실행했으며 바로 그날부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세게 불어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6개월을 걸었습니다. 해외 출장을 가서도 늦은 밤, 이국의 낯선 거리를 걸었습니다. 칭타오 해변길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걷기를 운동으로서의 걷기와 구분하고자 합니다. 걷기는 위대한 지성적, 철학적, 영적 생명활동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200만년 전, 최초의 인류가 처음 시작한 걷기는 팔을 자유롭게 했고 그러자 팔은 도구를 사용하고 사물을 운반하며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었습니다. 걷기의 필요조건인 직립은 또한 뇌의 발달 및 그와 연관된 지적 능력의 발달을 가능케 했습니다. 



우리의 첫 번째 철학 선생은 발이다


‘인간은 발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걷기의 철학>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자연철학자 루쏘는 역저 <에밀>에서 ‘우리의 첫 번째 철학 선생은 발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원전 6세기,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 그 100년 후의 소크라테스, 그 제자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몽떼뉴, 데카르트, 칸트, 니체, 야스퍼스 등 모든 철학자들은 길을 걸으며 철학을 했습니다. 


높은 울타리를 쳐놓은 수도원에서 그 보다 더 높은 영성을 추구하는 수도자들도 걸었습니다. 오늘의 철학자들과 수도자들도 걷습니다. 이는 전통을 잇는 것이 아니라 그 높은 깨달음과 영성 즉, ‘초인’(超人)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라면 피해갈 수 없습니다. 철학과 신학은 진리와 초월의 목표를 향하여 걸어가는 길이며 그 길 위에서 더 옳고 더 높은 진리의 길을 새로이 냅니다. 


다석 유영모 선생님은 핵심사상으로 ‘一食’, ‘一言’, ‘一座’, ‘一仁’을 주장했습니다. 끼니를 ‘남의 생명을 자기 것으로 취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하루에 한 끼만 먹었으며 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눕기 보다는 앉아서 좌선하듯 생활했습니다. 그리고 마차를 쓰지 않고 제 발로 평생을 걸었습니다. 그 높은 영성과 실천의 길을 걷다가 ‘우리도 그 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제자 함석헌도 ‘사람의 몸은 식도로부터 항문까지 뚫려 있다. 그 중간 어디가 막히면 몸에 이상이 생겨 신체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생각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확 뚫려 있어야 한다. 어디가 막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꽉 막힌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속이 확 뚫린 사람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퉁소 같은 사람’이라고 설파했습니다.


비록 봉황의 뒤를 따르는 뱁새의 종종걸음이지만 저는 오늘도 다석과 함석헌이 걸어간 길을 걷습니다. 구라파의 거철들과 예수, 공자, 부처, 톨스토이, 쏘로우, 우찌무라 간조가 걸어간 길을 따라 가는 그 길이 아니라면 나는 이렇게 독실한 신앙인처럼 변함없이 걷지 못할 것이며, 하늘에 대고 죽을 때까지 이 걸음을 지속하겠다는 서원(誓願)을 감히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글  오세훈 씨알재단 운영위원